함현상·김슬기·조아름(사진 왼쪽부터). 최초의 국악 합창영화 <두레소리>(감독 조정래) 주인공이다. ‘꿈꾸는 아리랑’ ‘두레소리 이야기’ ‘이사가는 날’ 등 완전 신명나고 흥겨운 국악 합창을 선사한다. 국악이라면 고개를 돌리던 이들도 우리 소리·장단의 매력과 합창의 마력을 맛보게 해준다. 얽히고설킨 관계와 소통을 다룬 드라마도 흥미롭다. 개봉 10일.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의 함현상 교사(36)와 조아름(20)·김슬기(19)의 영화 <두레소리> 출연기를 들었다.

 

영화 <두레소리>는 함현상 교사와 재학생들의 ‘두레소리’ 창단 과정을 그렸다. ‘두레소리’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의 국악합창 동아리다. 2008년 11월에 결성, 2009년 3월에 창단 공연을 가졌다. <두레소리>에서 함현상 교사는 주연 외 음악감독도 맡았다. 조아름(두레소리 3기)과 김슬기(〃 4기)는 창단 당시 선배들을 모델로 한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동아리 단원들이 처음에 악보를 못 읽는다. 실제로 그런가.
“판소리와 민요 전공 같은 경우는 악보보다는 선생님들께 한 대목, 한 대목씩 듣고 배우는 구전심수(口傳心授)의 방식에 익숙해요. 악보에 익숙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하지만 요즘엔 창작 음악도 부르고 연주해야 해 많이 달라졌어요.”(함현상)

-각 파트별로 한 대목씩 가르쳤나.
“학생들은 악보에 익숙하지 않을 뿐 기본적으로 뛰어난 음감을 지녔어요. 그리고 전공 수업 때 구전심수의 방법과 악보를 병행해 더 쉽고 정확하게 가르칠 수 있었죠. 연습 당시 각 파트의 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소리가 되도록 하는 데 경주했어요.”(함현상)
 함 교사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출신으로 중앙대 한국음악과에서 작곡을 전공했다. 학군장교로 입대, 대위로 전역할 때까지 군악대장 등을 역임했다. <두레소리>에서 선보이는 ‘꿈꾸는 아리랑’ ‘두레소리 이야기’ ‘이사가는 날’ 등은 그가 만들었다. <두레소리>의 감흥을 고조시켜 준다.


-창단 동기는.
“전통음악 전공자들은 연습도 공연도 혼자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죠. 합창을 통해 함께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느끼게 해주고, 스스로가 생각하고 판단하고 책임지는 동아리활동을 체험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함께하는 합창에 매력을 느끼면서 긍정적 효과를 낳았어요. 생활이 바뀌고 학교생활에 흥미를 갖고…. 이후 이런 자체 동아리가 여러 개 생겼죠. ‘두레소리’는 올해 6기를 뽑았는데 무용 전공도 들어오는 등 구성원이 다향해졌어요. 일정 기간 연습한 뒤 소프라노·메조 소프라노 등 각 멜로디가 하나로 어우러졌을 때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해요.”(함현상)

 

-영화는 어떻게 찍게 됐나.
“조정래 감독과 평소 알고 지내는 사이여서 창단 공연 때 촬영을 부탁했어요. 이후 창단과정을 말씀드리자 감독님이 극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해 의기투합했죠. 교장 선생님과 학교측의 전폭적 지지 덕분에 잘 끝낼 수 있었습니다. 감독님은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는데 따로 북을 연마해 전국 대회에서 고수(鼓手)로 상을 받기도 했어요. 국악에 관심이 많고 국악을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는데 마침 ‘두레소리’를 만난 거예요.”(함현상)
김슬기는 초등학교 3학년 때 TV드라마 <대장금> OST(오나라)에 참여한 바 있다. 국립창극단에서 어린이 창극 공연도 가졌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이다. 국악 신동에서 차세대 기대주로 손꼽힌다. <두레소리>에서 판소리 명가의 피를 물려받은 천재 소리꾼 ‘김슬기’로 출연했다.

-오디션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나.
“어느날 연습하려고 모여있는데 영화를 찍기 위해 연기 오디션을 볼 거라고 하더군요. 노래하러 왔는데 연기를 하라고? 의아했지만 언니들이 보니까 따라서 했죠. 오디션을 볼 때 정말 어색했는데 다음날 함샘이 ‘감독님이 널 좋게 봤다. 주인공을 맡을 것 같다’고 하셨어요. ‘1학년인데요? 제가요? 정말로?’ 거듭 묻고 확인하면서 기분이 좋았어요.”(김슬기)
“언니들이 주연을 맡고 우리는 조연일 줄 알았어요. 그런데 주연인 거예요. 믿기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으쓱했어요.”(조아름)

조아름은 올해 중앙대 전통예술학부에 입학, 국악극과에서 경기민요를 전공하고 있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재학 당시 전국국악경연대회 고등부 민요 최우수상, 한밭국악전국대회 학생부 대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두레소리>에서 일찍 부모를 여의고 이모 손에서 자란, 노력형 수재 ‘조아름’ 역을 맡았다.

 

-촬영 당시 즐거웠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실제 제 역을 맡았는데도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게 어색하고 어렵더군요. 극중에서는 잘리지만 실제로는 해직되지 않았어요. 정식 교사는 아니고 1년씩 재계약을 하는 강사에요. 다행히 올해에도 재계약이 돼 강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무척 좋은 경험을 했어요. 처음에 영화를 볼 때는 눈을 가릴 정도로 민망하더군요. 앞으로 음악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함현상)

“영화를 찍을 때 1학년인데 3학년 수험생 역할이어서 좀 어려웠어요. 대입에 대한 부담감을 실제로 느끼는 시기가 아니어서…. ”(김슬기)
“신기했어요. 카메라 앞에서 내가 아닌 다른 인물이 되는 게. 그 전에 해본 경험은 한 번도 없어요. 학교수업과 촬영을 병행하느라 피곤하기는 했지만 언제 또 해보겠어요? 좋았어요. 이모로 출연한 분은 진짜 배우세요. 그분과 언쟁하는 장면은 네 시간 가까이 찍은 것 같아요. 감정과 대사가 조화를 이루는 게 잘 되지 않아서. 그분께 미안했어요.”(조아름)

-둘이 다투는 장면도 실감난다.
“처음에는 약하게 시작했는데 감독님 요구사항이 점점 늘어났어요. 욕을 하고 뺨을 때리라고 하고…. 무척 당황스러웠죠. 극중에서는 동기지만 실제로는 슬기가 저보다 한 살 어리고 한 학년 아래거든요. 결국 나중에 재촬영을 했어요.”(조아름)
“저는 연예인이 된 기분도 느꼈어요. 수업받다가 촬영 있다고 열외받을 때, 서울랜드 촬영 당시 구경꾼들이 몰려들었을 때….”(김슬기)

-방과후 슬기와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이 나온다. 진짜로 마셨나.
“아니에요. 아침햇살이라는 음료수예요.”(조아름)

-대사를 학생들이 많이 바꿨다고 했다.
“감독님이 우리 세대가 아니어서 실제와 동떨어진, 오글거리게 만드는 대사가 없지 않았어요. 감독님께 말씀드려 그런 대사는 우리 식으로 바꿨죠. 대학생이 된 ‘두레소리’ 1기 하늘벗 언니가 큰 도움을 주셨어요. 감독님은 많은 부분을 열어두시고 대사·연기를 마음 내키는 대로 하도록 하신 적이 많아요. ‘콘티’도 원래 걸 무시하고 현장 상황에 맞게 고쳐주셨고. 저희들이 자연스레 극중에 적응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거죠.”(조아름)
“일부 장면은 쉬고 있는, 자연스러운 저희들 모습을 찍은 거에요. 연기가 아닌 실제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김슬기)

이들은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내 “또 해도 아쉽고 미련이 남을 것 같다”면서 “전공 실력을 배양하는 데 더욱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많은 분들이 <두레소리>를 찾아주고 우리 소리를 더욱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기원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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