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 류승룡! 코믹 본좌 등극!’…. 배우 류승룡(41)이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에 카사노바로 등장, 극중 여성들을 사로잡으면서 남녀 관객들에게도 각광받고 있다. <고지전> <최종병기 활> 등의 ‘선 굵은’ 남성을 걷어내고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여심을 사로잡는’ 남자로 변신, ‘승룡앓이’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류승룡에게 사랑의 기술과 연기 노하우를 물었다.

 


 

‘정인’(임수정)과 ‘두현’(이선균)은 7년차 부부다. 두현은 정인에게 질린다. 매사에 거침없는 아내와 헤어지고 싶지만 운도 못 뗀다. 급기야 이웃의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에게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당부한다. 성기는 ‘유혹 프로젝트’를 수립, 정인에게 접근해 성사를 앞둔다. <내 아내의 모든 것>(감독 민규동)은 다소 황당한 이 가상 드라마를 매우 그럴싸한 실제상황으로 펼쳐냈다. 류승룡은 개성 넘치는 카사노바로 등장, 임수정·이선균과 함께 영화의 재미를 한층 배가시켜 준다. 17일 개봉, 19일까지 54만9228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감상,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예전에 연애 많이 했는지.
“많지 않았다. 사귈 때에 상대가 복수인 적도 없었다. 한 여인에게만 순정을 바쳤다. 치열하고 아름답게.”

 

-카사노바 기질 있다고 여기나.
“없다. 하지만 장성기와 닮은 데는 많다. 유쾌함과 진지함이 공존하고, 남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섬세하고…. 장성기는 내 속의 그런 점을 끌어내 영화적으로 극대화시킨 인물이다.”


 

목격담이다. 류승룡은 이서군 감독의 <된장>(2010)에 희대의 달출범 ‘김득구’(유승목)가 검거된 경위를 통해 ‘혜진’(이요원)이 만든 된장의 신비한 맛의 비결을 밝혀내는 방송사 PD로 출연했다. 기자는 김득구 건강상태를 진단한 의사로 등장, 류승룡과 함께했다. 잠시 쉬는 시간에 류승룡은 어린 두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 ‘잘 잤어? 뽀뽀! 아침은? 그랬구나~. 엄마 말씀 잘 듣고, 재밌게 놀아….’ 류승룡이 달리 보였다. 외모는 영락없는 마초인데 저렇게 다정다감하다니.

 

-그때 의외였다. 나는 어떤지 돌아봤고.

“일찍 나오고 늦게 들어가는 날 아침·저녁에는 꼭 전화한다. 알람 맞춰놓고 그 시간에 굿모닝·굿나잇 인사 나눈다. 부모님께도 자주 전화해 안부 여쭙고.”

 

그런 그의 취미 가운데 하나는 원예다. 서울 근교 집에서 꽃밭 가꾸는 걸 즐긴다. 길가에서 우연히 본 예쁜 들꽃을 정원에 옮겨 심고는 한다. <최종병기 활> 때 변발을 하고 갑옷을 입은 채 쭈그리고 앉아 휴대폰으로 들꽃을 찍기도 했다.

 

-참고한 카사노바는.
“전혀 없었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한, 정형화된 카사노바가 아닌 류승룡만의 카사노바를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장성기는 이름과 달리 외모나 정력을 내세우지 않는다. 감성을 자극해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다재다능하지만 개구장이 같고, 젠틀하면서 느끼하고, 터프하지만 섬세하고 코믹하고 연민이 느껴지고…. 이런 카사노바는 장성기가 처음이지 않나.”

 

-샌드아트 등은 직접 한 건가.
“실제로 했다. 핑거댄스, 소 젖짜기도 모두. 동영상 보며 틈나는 대로 익히고 전문가에게 개인 교습도 받았다. 불어와 스페인어, 아프리카 말도 배웠다. 요리할 때 칼질은 예전에 <난타> 출연할 때 익힌 것을 활용했다. 몸 만들기 위해 식단을 조절하면서 다이어트도 했다. 내적 정서를 습득하고 체화시키기 위해 <유혹의 기술> 등 책도 많이 읽었다.”

 

-책에서 배운 카사노바의 비책은 뭔가.
“자신감을 갖고 여성을 리드하면서 때로는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거다. 배려하는 마음으로 상대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적재적소에서 칭찬해주고…. 문제는 기본을 안 하는 데에서 생긴다. 장성기가 두현에게 한 ‘원래대로 여자로 대해줬을 뿐’이라는 대사가 사랑의 핵심이다. 다재다능함은 부차적이다. 두현은 장성기를 통해 그걸 알게 된다.”


 

 

-성기는 정인 이전의 국내외 여자들 마음도 그렇게 산 건가.
“아니다. 장성기는 그들을 쫓아가지 않았다. 그들이 장성기에게 온 거다. 정인이 출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구성작가(김지영)처럼. 장성기가 타인의 의뢰를 받고 유혹한 인물은 정인이 처음이다. 정인에 관한 정보를 두현에게 건네받아 유혹 프로젝트를 단계별로 구사한 건 속성으로 해달라는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다. 해프닝과 웃음은 그 때문에, 정인·두현·성기의 캐릭터로 인해 발생한다. 배우들과 호흡이 잘 맞았고 감독님의 연출력도 좋았다. 두 번째 볼 때 더 재미있었다. 행간도 보이고.”

 

-이선균과 맡은 배역이 바뀌면 어떨는지.

“선균이는 자기를 버리고 내가 한 장성기와 전혀 다른, 그만의 개성이 묻어있는 장성기를 보여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두현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 내가 입을 옷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류승룡은 중3 때부터 배우를 꿈꿨다. 성남 풍생고 재학 때 연극반에서 활동, 시민회관에서 <방황하는 별들> 유료 공연을 갖기도 했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재수해서 입학(90학번)했고 졸업한 뒤 동락극단에서 활동했다. 다른 극단의 <난타> 등에도 출연했다. 영화는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2004)가 데뷔작이다. 서울예대 동기 정재영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에 류승룡은 단역 ‘강도1’로 출연했다.

 

-대학 동기들(정재영·황정민·최성국·임원희·안재욱 등)에 비해 영화 데뷔 늦었다.
“누구처럼 되고 싶다고 연기한 게 아니다. 연기하는 게 좋아서, 미치도록 좋아서 한 거다. 답보상태일 때 어려움이 많았다.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그럴수록 인내했다. 연기 말고는 하고 싶은 게 없으니까 인내해야 했다. 그러면서 연기를 잘 하는 데에 모든 걸 걸었다. 꽃이 피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경우에 따라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도록 내버려 두셨다. 덕분에 치열하게 연기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목숨까지 걸었다고 보면 된다.”

 

-배우로서 지닌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나.

“환경 적응이 빠르다. 관찰력을 지녔다. 많은 인물의 개성을 이입·체화하는 트레이닝을 부단히 한 게 밑거름이 됐다. 한 작품을 마칠 때마다 그 인물을 완전히 털어낸다. <최종병기 활>을 마치고 5개월여 동안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장성기가 되려고 했다. 촬영에 들어간 뒤에는 두 말 할 나위 없다.”

 

-극중 인물에 다가가나, 자신에게 끌어오나.
“대부분 내 속에서 끌어낸다. 이 과정에 캐릭터의 정형성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한다. 정성기도 그런 노력의 결과물이다. 경우의 수가 많은, 좌지우지할 여백이 많은 역할이어서 돌발 유머와 허점, 실수 등을 집어넣었다. 이때 튀지 않도록 했다. 배우는 혼자 돋보이면 안 된다. 함께하는 배우들과 어우러져야 한다.”

류승룡은 4년 전부터 서울예술종합학교에 출강, 배우 지망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다음 영화는 <조선의 왕>(감독 추창민)이다. 류승룡은 ‘광해군’의 대리로 그와 똑같이 생긴 천민을 왕으로 세우는 ‘허균’ 역을 맡아 이병헌·한효주·김명곤·김인권 등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류승룡은 이 영화 촬영을 마친 뒤 <12월 23일>(감독 이환경)에 일곱살 난 딸을 둔 지적 장애인으로 출연한다. “사랑도, 연기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류승룡의 또다른 변신이 기대된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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