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빈(57)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감독 출신이다. 국내 유명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가운데 유일하게. 그는 국가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30대 초반에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고, 임권택 감독의 조감독을 거쳐 <김의 전쟁> <테러리스트> <나에게 오라> <불새> 등을 연출했다. 2008년부터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2010년부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와 영화·영화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16회 영화제(PiFan2012)가 다가왔다.
“오는 19일(목)부터 29일(일)까지 열린다. 전세계 47개 나라 장·단편 231편을 상영한다. 52편이 월드 프리미어(전세계 최초 공개), 19편이 인터내셔널 프리미어(제작국 외 최초 공개), 57편이 아시아 프리미어(아시아 최초 공개)다. 라인업이 막강하다.”

-개·폐막작은 어떤 작품인가.
“개막작은 옴니버스 공포영화 <무서운 이야기>(감독 정범식·김곡·김선·홍지영·임대웅·민규동)다. 호러영화의 전형적 캐릭터를 내세워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불안, 노동현실 등을 다뤘다. 장르영화의 발전과 장르영화제의 전통을 잇고자 하는 여망을 담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폐막작은 <아이와 마코토>(감독 미이케 다카시)다. 성장영화로 탄탄한 드라마와 비장하고 우아한 액션, 코믹한 뮤지컬의 조화가 흥미롭다. 드라마·게임·만화를 극장판으로 만들어내는 근래 일본영화의 흐름과 새로운 장르모델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점에 역점을 뒀나.
“영화축제로서의 본연의 즐거움을 제공해 드리려고 한다. 이를 위해 축제성과 관객 편의,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각종 시설물 등에 QR코드를 설정해서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축제성 강화를 우선한 점이 눈길을 끈다.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시민과 함께하는 영화제를 지향해 왔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프리머스소풍-CGV부천-부천시청-롯데시네마를 잇는 거리의 중심인 부천시청과 잔디광장을 페스티벌 센터로 지정, 영화제 핵심 시설을 집중시켰다. 원 스톱 멀티 펀(One-stop Multi-fun)이 구현되는 기능을 할 것이다. 그리고 CGV부천과 부천시청 사이 거리를 ‘PiFan 스트리트’로 선정, 관객·영화인·게스트가 하나 되어 축제를 만끽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행사가 열리는지.
“매일 저녁 부천시청 어울마당에서 ‘갈라 나이트’를 갖는다. 영화 상영에 앞서 공식 상영작 감독·배우들의 레드카펫 행사를 갖는다. 역대 PiFan 홍보대사들의 대형 사진전, 시민 참여 퍼레이드·콘서트 ‘PiFan 홀릭’, 인디밴드 공연 ‘PiFan 무브먼트’, 다문화 체험 ‘헤로어스’ 등도 준비했다.”

이밖에 자원활동가들의 깜짝 이벤트 ‘황당무개 푸로젝트’, 영화 속 영웅들의 재탄생을 주제로 한 ‘PiFan 영웅 오마주’, 호러 분장 서비스를 받고 즐기는 관객파티 ‘PiFan 홀릭스 나잇’ 등이 마련된다. 콘서트와 무료상영으로 엮는 ‘PiFan 러시’, 장르문학 북페어 등도 열린다.

-영화제 때 비가 자주 오는 게 걸림돌이다.
“그래서 작년에 ‘PiFan 우중영화산책’을 가졌다. 계절 환경을 수용,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는 프로그램이다. 영화 감상, 바베큐 파티,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올해에는 두 번의 주말에 부천영상문화단지 내 야인시대 캠핑장에서 도심 속 영화 힐링캠프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QR코드에는 어떤 정보를 담나.
“상영작을 비롯해 부천의 다양한 먹을거리, 볼거리, 놀거리까지 알찬 정보와 재미를 담았다.”

-초청작 선정 당시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나.
“그간 대중성을 염두에 두는 바람에 장르영화제의 정통성이 약화된 측면이 없지 않다. 올해에는 이를 보완하려고 했다. 장르영화제 PiFan의 정신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는 데 주력했다. 경쟁 부문 ‘부천 초이스’를 비롯해 ‘월드 판타스틱’ ‘애니 판타’ ‘금지구역’ 등의 섹션에서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

-한국 및 아시아 영화는 어떤가.
“장르영화의 새로운 교본을 제시하며 탄탄한 구성을 자랑하는 작품이 많다. 특히 인도네시아 작품은 그 정통성에 주목할 만하다. ‘아시아제작배급사 특별전-한국영화의 해와 달, 명明필름’(조용한 가족·해피엔드·섬·공동경비구역 JSA·와이키키 브라더스·바람난 가족·사생결단·시라노;연애 조작단 등 8편 상영)과 ‘한국영화 회고전’(남자와 기생·염통에 털난 사나이·팔도 가시나이·당나귀 무법자·애교로 봐주세요·맹물로 가는 자동차 등 6편 상영)에선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아시아판타스틱영화제작네트워크(NAFF)는 성과를 거두고 있나.
“아시아 장르영화계에 실직적 교두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에는 13개국 20편의 ‘잇프로젝트’ 선정작과 5편의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스포트라이트’ 선정작을 선보인다. 프로젝트 발굴과 더불어 ‘환상영화학교’와 ‘NAFF포럼’으로 장르영화산업의 발전적 미래를 전망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피판청소년영화아카데미는 어떤가.
“2011년부터 의욕적으로 갖고 있다. 국제영화제 초청, 영화학과 진학 등 예상을 뛰어 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 PiFan은 영화아카데미, 출판, 상시 상영(PiFan 로드쇼), 포스트 페스티벌 주간(PiFan Rush)의 확대 운영을 통해 교육·생산·향유가 지속적으로 순환되는 영상문화 장으로서의 역할을 꾸준히 수행할 것이다.”

-영화와 뒤늦게 인연을 맺었다.
“집안이 무척 가난해 고등학교를 3개월만에 자퇴하고 방황했다. 학력 제한이 없는 5급(현 9급) 공무원시험에 합격, 체신청(현 우정사업본부)에서 4년간 일했다.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건 영화 보기를 워낙 좋아한 데에다 나이 때문에 졸업후 취직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 자유직업 가운데 영화감독을 떠올린 게 계기가 됐다. 대학 다닐 때 태권도장을 했고 갖가지 알바를 했다.”

-임권택 감독 연출부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2학년 때 <만다라>를 보고 결심했다. 반드시 임권택 감독님 연출부에 들어가겠다고 주변에 공언도 했다. 열심히 공부했고 덕분에 정용탁 교수님 추천으로 임권택 감독님 연출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여덟 편(티켓·씨받이·연산일기·아다다·아제아제바라아제·장군의 아들)을 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익힐 수 있었다.”

김 위원장은 재일교포 김희로의 실화를 다룬 <김의 전쟁>으로 데뷔, 영화평론가협회상·청룡상·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이후 <테러리스트> <비상구가 없다> <나에게 오라> <불새> <도시의 풍년> 등을 연출했다. 남도영상위원회 운영위원회 위원장, 고려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강사 등을 역임했고 현재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영화 연출을 잊은 적이 없어요. 요즘 액션이 강한 초저예산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데 외국에 많이 팔렸으면 좋겠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받고 싶습니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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