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44)는 유명 광고대행사 카피라이터 출신이다. <그놈 목소리>부터 <내 아내의 모든 것>까지 일곱 편을 제작,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작 <내 아내의 모든 것>은 21일 현재 459만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감상,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468만3598명)에 이어 올해 한국영화 흥행 2위에 올라 있다. 속속 흥행작을 내놓은 이유진 대표에게 영화 제작·흥행에 대해 들었다.

 

 

-흥행성적이 좋은 비결이 뭔지.
“모르겠어요. 알면 방석 깔고 앉았을 거예요(웃음). 감을 믿고 시작하지만 개봉 때까지 걱정하고 불안한 나날을 보내요. 좋은 작품이 나와야 하는데, 상업영화니까 투자하신 분들께 손해를 끼쳐선 안 되는데…. 할 때마다 배워요. 앞으로도 그렇겠죠.”

이유진 대표는 7연타석 안타·홈런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07년 <그놈 목소리>(감독 박진표)로 314만3247명(한국영화연감 기준), <행복>(〃 허진호)으로 123만9789명, 2008년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민규동)로 117만3310명, 2009년 <전우치>(〃 최동훈)로 613만6928명, <내 사랑 내 곁에>(〃 박진표)로 216만265명, 2010년 <초능력자>(〃 김민석)로 216만4805명을 불러들였다. 여섯 편 총 관객 수가 1601만8344명, 편당 266만9724명이다.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을 포함하면 21일 현재 294만4049명이다.

-감이 아주 좋았거나 덜 좋았던 작품은.
“처음부터 좋았던 작품은 <전우치>에요. <내 아내의~ >는 처음에는 낮았지만 갈수록 높아졌고. 로맨틱코미디를 좋아하지 않는 30대 이상 남자 스태프들까지 ‘우리 마누라가 이렇다’는 등 반응을 보여 중년 남자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어요.”

 

-<내 아내의~ >는 원작이 아르헨티나 영화다.
“제목이 <아내를 위한 남자친구>(2008)예요. 2010년에 민진수 ‘수필름’ 대표가 보내준 DVD로 봤어요. 대표님은 한 외화 수입사의 권유로 봤다고 하더군요. 작은 영화였고 밋밋했지만 콘셉트와 이야기에 보편성이 있어 대표님에게 하자고 했죠. 수필름과 <~ 앤티크>를 함께 만들었고, 그때 좋은 거 있으면 또 같이 하자고 했거든요.”

-민규동 감독이 처음에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당시 감독님은 스릴러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기획실에서 작성한 시나리오를 보시고 한 달쯤 고민한 뒤에 하자고 하시더군요. 원작 영화는 안 보셨어요. 원작에서 비중이 적은 카사노바(류승룡)를 부부(임수정·이선균)와 대등하게 설정하고 세 인물 모두 비호감적 면이 있는 캐릭터인데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냈고, 배우들이 연기로 잘 살려냈어요.”

-투자는 쉽게 받았는지.
“로맨틱 코미디는 대개 20대를 주인공으로 20대 관객을 대상으로 해요. 우리 영화는 30대 부부에다 한국 상황에 의문인 카사노바가 주인공이죠. 나는 재미있는데 20대 관객에게 어떨는지, 관객층을 어떤 나이대에 맞춰야 할는지 걱정이 많았어요. 투자사들도 상업성을 우려했고. 돌이켜 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투자받는 건 언제나 힘들어요. 무용담 같아 조심스러운데 엄마 몰래 집 담보로 대출 받은 게 두 번이에요. 다행히 집을 날리지 않았지만 그때 살이 쑥쑥 빠졌어요.”

-제목은 문제되지 않았나.
“로맨틱 코미디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죠. <7년만의 외출> 등 여러 제목이 거론됐는데 ‘이거다’라고 할만한 게 나오지 않아 원래대로 <내 아내의~ >로 했어요. 준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분위기가 밝아야 하는 로맨틱 코미디를 한겨울에 찍느라 힘들었는데 개봉(5월 17일)을 앞두고 더 힘들었어요. <은교> <어벤져스> <돈의 맛> <맨인블랙3> <후궁> <프로메테우스> 등에 가려 영화가 알려지지 않는 거예요.”

-처음에는 얼마나 기대했는지.
“손익분기점(150만 명)을 넘기는 거였어요. 그런 뒤에는 <오싹한 연애>가 300만 명을 넘겼으니까 우리도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다고 했고.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둬 꿈만 같아요.”

-40~50대로 관객층을 넓힌 점도 의미가 있다. 어느 정도인가.
“20대부터 4,50대까지 관객층이 골라요. 결과적으로 관객층을 넓힌 데 보람을 느껴요. ‘관객의 힘’ 덕분이에요. 스크린을 대거 확보하지 못했는데  개봉 후 8주 동안 큰 등락을 보이지 않았거든요. 관객 한 분 한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최고 성적을 거둔 <전우치> 때는 어땠는지.
“<아바타>(1362만4328명) 1주일 뒤에 개봉됐어요. 개봉 초기 무대인사를 다닐 때마다 폭설이 내렸고. 이래저래 여건이 안 좋았는데 관객이 꾸준히 찾아줘 좋은 성적을 거뒀어요. <아바타>가 아니었으면 조금 더 좋았을 거라는 상대적 박탈감이 들기는 했죠.”

이 대표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해태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코래드에서 7년 간 카피라이터, CD(Creative Director)로 근무했다. 대우전자의 ‘탱크’ 시리즈 등을 맡아 잘 나가던 그는 1997년 돌연 사표를 내고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외사촌 언니(현 오정완 ‘영화사 봄’ 대표)가 프로듀서를 맡은 <정사>(〃 이재용) 마케팅으로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영화를 하자고 마음 먹은 계기가 뭔지.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게 아니에요. 큰 포부를 가졌던 것도 아니고. 생활에 변화를 갖고 재미있게 살고 싶었어요.”

-<정사> 마케팅으로 시작했다.
“광고계와 완전 달랐어요. 전문화·분업화된 광고계와 달리 일당백을 해야 했죠. 카피 쓰고, 콘셉트를 잡아 홍보하고, 예산 짜고 매니저·기자 만나고, 성격 좋아야 하고, 짐 나르려면 힘도 쎄야 하고. 무엇보다 광고는 한 달 정도면 그 결과를 볼 수 있는데 영화는 기본이 1~2년이에요. 나온다는 시나리오는 언제 나올는지 모르고, 매일 출근해서 뭔 일을 하기는 하는데 그 결과는 드러나지 않고…. 기다림의 연속인 상황에서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없고, 그 시간 앞에서 얼마나 무기력함을 느꼈는지 몰라요.”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았나.
“사표를 냈을 때 다시 오라면서 휴직처리를 해줬어요. 1년 간 수리를 안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엉덩이가 무거워요. 하나를 시작하면 곁눈질을 안 하는 편이에요.”

이 대표는 <정사> 이후 <반칙왕>(〃 김지운) 등의 마케팅,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이재용) <4인용 식탁>(〃 이수연) <달콤한 인생>(〃 김지운) 등의 프로듀서, <너는 내운명>(〃 박진표) 등의 공동제작을 맡았다. 2005년 12월 23일 영화사 집을 창립,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사> 개봉 때 서울극장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걸 보면서 느낀 성취감이 지금도 생생해요. 그때 연봉이 광고회사 신입사원 시절에 받은 정도였는데 그거랑 상관없이 관객 반응을 보면서 그저 기쁘고 좋았어요. 영화 제작의 매력이 바로 그점이에요. 힘들지만 그만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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