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재현(47)은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DMZ Docs) 집행위원장이다. 2009년 제1회 때부터 집행위원장을 맡아 4년째 꾸려오고 있다. 안성기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에 이어 배우 활동과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업무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올해 영화제에선 그간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대중과의 소통에 역점을 두고 있다. 조재현 집행위원장과 올해 영화제와 연기 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다가왔다.
“오는 21일부터 27일까지 열린다. 전세계 36개 나라에서 만든 115편을 상영한다. 작년에는 31개국 101편이었다. 21일 오후 6시에 도라산역, 임진각 평화누리에서 개막식을 갖고 롯데시네마 파주아울렛 4개관과 메가박스 출판도시점 4개관에서 초청작을 상영한다.”

-개막작 <핑퐁>은 어떤 작품인가.
“스포츠 다큐멘터리다. 80~100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세계 탁구 챔피언 대회를 다룬 영국 작품이다. 전세계에서 심화되고 있는 노령화·고령화 문제를 경쾌하게 조명했다. 참가 선수들을 통해 불굴의 의지와 죽음에 대한 반추 등을 감동적으로 담았다.”

폐막작은 ‘경쟁’ 부문 수상작 가운데 한 편이다. 경쟁 부문은 국제·한국·청소년으로 나뉜다. 국제경쟁 흰기러기상(대상)에 1500만원 등 수상작에 총 3650만원의 상금을 준다.

-경쟁 부문 응모작은 많았나.
“총 665편이 응모했다. 지난해보다 142편이 많다. 응모작 중 25편을 선정했다. 국제 부문에 11편, 한국에 8편, 청소년에 6편을 뽑았다. 경합이 치열했다. 애석하게 떨어진 작품 중 일부는 ‘비경쟁’ 부문에서 소화했다.”

 

비경쟁은 아홉 부문으로 엮는다. 글로벌 비전·닥 얼라이언스 걸작선·아시아의 시선·아트 링크·현장 속의 카메라·자연 다큐멘터리·다 함께 다큐를!·폴란드 다큐멘터리 특별전·특별상영 부문에서 90편을 상영한다. 이 가운데 정우정 프로그래머 추천작은 <핑퐁>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 <인터럽터스> <팔레스타인 점령의 적법성에 대한 보고서> <헤드라인-뉴욕 타임즈의 모든 것> <아이 웨이웨이-난 멈추지 않는다> <우디 앨런-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등이다.

-어떤 점에 역점을 뒀나.
“대중과의 소통이다. 지난 3년간 일궈온 괄목할 만한 성과를 근간으로 영화제의 진정성을 견지하면서 더 많은 관객, 더 폭넓은 관객층이 평화·생명·소통에 관한 다양한 소재·주제의 다큐멘터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입시경쟁 과열, 환경·노인 문제, 부패한 사법계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사안을 조명한 작품이 많다. 2AM이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배수빈·류현경·박철민·이한위 등 선후배 배우들이 ‘다큐 패밀리’로 함께한다.”

 

-프로젝트 마켓을 연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다큐멘터리는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마켓 크로싱 보더스(Crossing Borders) 2012’를 유치했다. 이를 통해 한국 다큐멘터리의 해외 진출 및 국내외 투자유치를 꾀할 것이다. 독자적인 국제 다큐멘터리 네트워크를 점차 구축, 향후에는 자체적인 ‘DMZ Docs 프로젝트 마켓’을 출범할 계획이다.”

-어떤 부대행사를 갖나.
“마스터클래스, DMZ Docs 강연 및 세미나, DMZ Docs 토크, 교실로 간 다큐:Docs for Edu 등이다. 야체크 페트리츠키를 비롯해 안제이 바이다 영화학교 출신인 폴란드의 감독과 촬영감독, 일본의 감독과 영화평론가, 미국의 프로듀서 등이 참여한다. 대구대 외국인 초빙교수(찰리 한)는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세계를 통해 미술과 다큐의 만남에 대해 강연한다.”

-관객을 위한 일반 행사는?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가 많다. ‘DMZ 와인시네마열차’를 운행하고 ‘DMZ 평화자전거행진’을 갖는다. ‘김중만 DMZ people 사진전’ ‘Book·Film페스티벌-필리핀의 날’ 등도 열린다. 사진전 수익금은 대성동 마을에 기부한다. 필리핀의 날에서는 필리핀 다큐와 전통 공연 등을 감상하고 전통 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DMZ 문화의 Zone’도 마련하고 거리의 악사 공연도 갖는다.”

-3년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했다.
“첫 회에 자원봉사자 60명을 뽑는데 미달됐다. 1차에 30명, 추가 모집에 28명이 응모했다. 나와 집행위원이 한 명씩 보태 60명을 채웠다. 반면 올해에는 580명이 응모했다. 제주와 일본에서도 왔다. 130명을 선발했다. 출품작이 해마다 늘고 있고 우수 작품 초청에 따른 어려움이 없다. 처음에 집행위원장을 맡았을 때 ‘배우가 무슨…?’ 하며 부정적으로 보거나 아예 관심이 없었다. 지자체의 이벤트로 보는 이들도 많았다. 이런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맞서 좋은 작품을 초청·상영하고 지원한 결과 국내외에서 진정성을 인정받고 있다.”

-제작지원 프로그램 성과는 어떤가.
“기대 이상이다. <두 개의 문> <어머니> 등이 대표적인 지원작이다. <두 개의 문>은 올해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극장에서도 7만여 명이 관람할 정도로 이례적인 흥행기록을 세웠다. 올해에는 신설한 ‘BCPF다큐펀드’를 포함해 총 1억원을 지원한다. ‘신진 다큐멘터리 작가 제작지원’, 부산국제영화제 AND와 함께 아시아 다큐멘터리를 지원하는 ‘DMZ펀드’ 등을 통해 국내외 우수 다큐 발굴과 제작 활성화에 앞장선다.”

 

-트레일러에 출연했다.
“대중과의 소통을 궁리하다가 아이디어를 내고 출연도 했다. 수많은 사연이 오가는 포장마차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소통에 대해 넋두리를 하는 남자로 나온다. 다큐영화제 성격에 맞춰 실제로 소주를 마시면서 찍었다. 올해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베니스 데이즈’ 부문에 초청받아 ‘퀴어 라이온’상을 받은 <무게>(가제)의 전규환 감독이 연출했다.  전 감독은 나와 설경구가 신인일 때 우리들 매니저였다. 뒤늦게 <모차르트 타운>(2008)으로 데뷔, <애니멀 타운>(2009) <댄스타운>(2010) <바라나시>(2011) <무게> 등을 연출했다. 전세계 영화계가 주목하는 대단한 감독이다.”

-<무게>는 어떤 작품인가.
“인간이 짊어지는 삶의 무게를 절묘한 캐릭터와 독보적 영상을 통해 담아낸 재미있는 예술영화다. 내가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경기영상위원회에서 출자·투자했다.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신체장애인 역을 맡았다.”


 

-전수일 감독의 <콘돌은 날아가고>에도 출연했다.
“한 사제의 육체적·정신적 시련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성찰에 대해 조명한 휴먼 드라마다. <콘돌은… > <무게>, 둘 다 초저예산 독립영화다. 작품·오락성을 갖춘 상업영화도 좋지만 독립영화는 배우로서 원래 내 모습을 찾게 해준다. 오는 11월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연극을 올릴 예정이다.”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경기영상위원회 조직위원장, 경기도 문화의 전당 이사장, 성신여대 부교수…. 하는 일이 많다는 데 대해 조 위원장은 “연기처럼 일로 여기지 않고 열심히 즐긴다”고 했다. “운동선수들이 경기하면서 일한다고 하느냐”며 “열심히 즐기다보면 의미와 보람도 커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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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닥파닥>. 3D 애니메이션이다.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26일~5월 4일) ‘국제경쟁’ 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영화다. 어촌의 한 횟집 수족관에 갇힌 고등어가 펼치는 필사의 탈출기를 극화했다. ‘파닥파닥’은 그 고등어가 바다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 끊임없이 몸부림치면서 내는 소리를 말한다. 자유를 갈망하는 집념·투쟁을 상징한다. <파닥파닥> 각본·연출·제작자인 이대희 감독(35)을 전주에서 만났다.

 
<소중한 날의 꿈> <마당을 나온 암탉> <돼지의 왕>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3D> <은실이>…. <파닥파닥>은 <DINO TIME>(다이노 타임) 등과 함께 올해 한국 애니메이션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힌다. 양어장·바다 등 출신 성분과 아부·항거·방관형 사이의 갈등, 배를 드러내 죽은 체 해서 살아남으려는 처세술, 퀴즈 배틀…. 수족관 물고기들의 세상을 통해 우리 사회를 풍자한 재미와 묵직한 메시지가 퍼덕인다. 물고기들의 세밀한 동작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 낸 3D 기술력이 재미와 의미를 더해준다.

 


-언제, 어떤 계기로 기획했나.
“졸업 후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닐 때 구상했다. 직장생활이 좀 답답해 자유롭게 창작에 전념하고 싶었다. 감독 데뷔 제의를 받고 2004년부터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2007년 여름에 회사(이대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설립한 뒤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물고기 세상을 소재로 했다.
“구속과 자유, 두 낱말을 놓고 고심을 많이 했다. 수족관이 가장 적합한 장소였다. 바다나 양어장에 있다가 수족관에 갇힌 물고기들의 세상을 우리들 세계의 축소판으로 삼았다. 이는 애니메이션만 가능하다. 반면 물고기는 사람·동물보다 생김새가 단순해 표정·감정·심리 변화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눈물도 사용할 수 없다. 감정 변화의 초점을 찾아 이를 고조시키는 걸 애니메이션 쪽에서는 ‘기어 체인지’라고 한다. 이야기와 그림의 기어를 바꾸고 가속력을 내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고등어를 암컷으로 설정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더 구속받는 걸 상징하나.
“그렇게 볼 수 있다. 그에 앞서 수족관 지배자인 ‘올드넙치’를 수컷으로 정하고 ‘고등어’는 상반되게 암컷으로 했다. 여성의 반란이 더 극적이고, 고등어의 꿈이나 환상을 뮤지컬로 보여주는 데 있어 여성의 목소리가 더 적합하다고 본 것도 요인이다. 뮤지컬 장면이 네 번 나오는데 원래는 일곱 번이었다. 올드넙치 등이 부른 건 다 편집했다.”

-뮤지컬 장면은 기둥 드라마와 그림이 다르다.
“기둥 드라마는 현실이고, 뮤지컬 장면은 판타지다. 그래서 그림·색감 등이 대비를 이루도록 했다. 기둥 드라마는 3D지만 뮤지컬은 2D다. 뮤지컬 가사도 직접 썼고 각본 작업 때 음악작업을 미리 의뢰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사전녹음인가 후시녹음인가.
“사전녹음이다. 3D는 선녹음을 하고 작화를 하는 게 맞다. 그렇지 않으면 실사영화에서 입모양과 소리가 안 맞는 것과 다름없는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처음부터 싱크로율(정확도·완성도)을 고려해 전문 성우를 기용했다. 예산상의 문제도 있고. 모두 세 번 녹음했다.”

-각본은 얼마만에 썼나.
“그간 구상하고 메모한 걸 토대로 첫 각본은 1개월만에 썼지만 이후 1년 넘게 수정·본완을 했다. 시나리오를 쓰기 전에 자료조사와 현장답사를 1년 반 정도 했다. 극중 어촌과 횟집은 강원도 속초 동명항 갯배마을이다. 무경험자들은 위험하다고 태워주지 않으려고 해 각서를 쓰고 미술·기술감독과 함께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극심한 멀미에 시달리면서 죽는 줄 알았다. 6개월 정도 서울의 횟집에서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때 횟집일기를 쓴 게 작품을 구상·완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완성하는 데 오래 걸렸다.
“2년간 준비했고, 실 작업은 3년간 했다. 처음 계획보다 두 배가 걸렸다. 중간에 자금·인력 문제 등으로 무산될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애니메이션은 2D든 3D든 실사영화보다 실제 작업기간이 매우 길다. 이 기간에 한 스태프가 계속 호흡을 맞춰야 톤 등을 유지할 수 있다. 회사를 설립한 건 이 때문이다. 기관의 지원을 받으려면 법인이어야 하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파닥파닥>의 경우 15명을 메인 스태프로 많을 때에는 약 70명이 참여했다. 회사를 유지하느라 어려움이 많았지만 덕분에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현금·현물 지원이 많은 도움이 됐다. ‘인디스토리’(독립영화 전문 배급사)도 제작중에 만났다.”

이대희 감독은 세종대 애니메이션학과 97학번이다. 재학생 때 단편 <THE PAPER BOY>(2002)로 자그레브(크로아티아) 히로시마(일본) 등과 함께 세계 4대 애니메이션영화제로 손꼽히는 안시(프랑스)와 오타와(캐나다) 등의 ‘경쟁’ 부문에 초청받으면서 해외에 먼저 알려졌다. 이후 제6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개막작 <신 암행어사>(2004), 안시 ‘교육’ 부문 수상작 <아이들이 사는 성>(2005), 미국 에미상 ‘TV애니메이션’ 부문 초청작 <양의 전설>(2007) 등에 참여했다.

-해외 유명 영화제를 우선 겨냥하지 않았는지.
“기획·제작 과정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잘 만드는 데 주력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는지, 전주국제영화제로부터 출품을 권유받았다. 마침 영화 완성 시기와 영화제 개최 기간이 맞아 출품했고, 국제경쟁 부문 작품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뻤다.”

-애니메이션 연출은 언제부터 꿈꿨나.
“원래는 조각 전공이었다. 조금 다니다가 그만두고 다시 시험을 봤다. 애니메이션이 하고 싶어서. 학창시절 그림에 관심이 많았고, 소질도 있었고, 만화영화를 엄청 좋아했다. 그럼에도 처음에는 방황했다. 재능이 부족하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작업이어서. 어느날 내 마음대로 그린 물체를 통해 ‘애니메이션 매직’을 느꼈다. 애니메이션 매직은 애니 전공자들 사이에 그림상의 인물·동물이 살아나는, 무생물이 생물이 되는 느낌을 받는 걸 말한다. 애니메이션은 팀웍이 중요하다. 각자의 재능을 교집합, 최상을 추구한다. 단체활동, 공동작업을 좋아한다. 기타를 치면서 펑크록밴드 활동도 4년쯤 했다.”

이대희 감독은 “애니메이션 대명사인 월트 디즈니(1901~1966)와 안철수 교수를 존경한다”며 “삶을 개척하고 영유하는 방식과 개혁적 기업가 정신을 본받고 싶다”고 했다.  “<파닥파닥>을 통해 세 가지를 구현하려고심혈을 기울였다”고 덧붙였다. ‘물고기를 통해 섬세한 감정 표현을 해보자’ ‘우리나라 환경에서 최적화된 극장판 3D 애니메이션 프로세스를 구축하자’ ‘한국 공기가 물씬 나는 작품을 만들자’ 등이다. <파닥파닥>은 이같은 노력의 결과물로 온 가족이 함께 볼 만한 동화이자 우화로서 드라마와 뮤지컬의 조화, 허를 찌르는 결말 등이 흥미롭다. 전주국제영화제 수상 및 해외 유명 국제영화제의 잇단 초청이 기대된다. 오는 여름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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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시스터>(SISTER) 각본·연출을 맡은 위르실라 메이에 감독(40)이 한국에 왔다. 한국 방문이 처음인 메이에 감독은 “국제영화제 참석은 베를린 이후 전주가 두 번째”라며 “분단국가로 알고 있던 한국에 대해 홍상수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통해 더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시스터>는 지난 2월 제6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특별은곰상 수상작이다. 알프스 자락의 한 스키장과 그 아랫마을의 성냥곽 같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소년 ‘시몽’(케이시 모텟 )의 척박한 삶을 다룬 성장영화다. 그는 스키장에서 훔친 물건을 팔아 번 돈으로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버린 채 하는 일 없이 지내는 누나 ‘루이’(레아 세이두)를 부양한다. 탄탄한 드라마와 밀도 있는 심리묘사 등이 흥미롭다. 비할리우드적이고 탈유럽적인 영화로 작품성은 물론 흥행성도 지녔다. 메이에 감독은 “지금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리스본·L.A·시카고·헝가리·홍콩영화제 등에 초청받았고 전 세계에 배급된다”며 “프랑스에서는 지난주에 개봉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데뷔작 <홈>(2008년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작)에서 함께한 케이시 모텟(12)과 다시 하고 싶었어요. 그에 맞는 영화를 구상하던 중 어릴 때 스키장에서 도둑질을 하다가 잡혀 혼이 나는 소년이 떠올라 그 아이의 삶을 상상해 본 영화에요.”

시나리오 작업에 걸린 기간은 1년 반 정도. 사전작업을 4개월 간 했고, 2개월 동안 찍은 뒤 오랫 동안 후반작업을 했고,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했다. 메이에 감독은 각본작업에 제작·투자자들이 얼마나 개입하느냐는 질문에 “프랑스에서는 작가주의 전통에 따라 감독에게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해 준다”고 했다. “작업 당시 제작자와 ‘의논’은 한다”면서 “(시스터) 작업 때 창작·예술성을 고양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참고할 만한 텍스트가 없어 모텟에게 상황을 주고 즉흥 연기를 하게 한 뒤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대사·장면을 구성하기도 했다”며 “모텟은 무엇을 능숙하게 훔치는 연기연습을 상당 기간 할 때에는 울 정도로 힘들어 했지만 이해력이 빨라 심리연기는 달리 지도를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원제는 <높은 곳의 아이들>이에요. 시몽이 고층 아파트에서 살고, 생계비를 버는 곳도 스키장이잖아요. <시스터>는 영어 제목이에요. 시몽의 시점에 관한 영화여서 <시스터>로 정한 거예요.”

남자에게 버림받아온 루이는 극중에서도 두 번이나 똑같은 경험을 한다. 두 번째는 시몽 때문이고 이를 통해 영화는 관객의 허를 찌른다. 세상을 떠난 엄마 품을 느끼고 싶던 스키장에서 만난 ‘얀센’ 부인(질리언 앤더슨) 등 모두가 떠난 뒤 시몽은 홀로 남는다. 루이밖에 없다. 화면에 꽉 차도록 여러 차례 보여준 시몽과 루이의 처연한 표정 등을 통해 우리 사회 주변인들의 아픔을 드러내는 영화는 둘의 남다른 엇갈림을 통해 희망을 말한다.

“빈익빈부익부 등 사회적 메시지가 없지 않지만 <시스터>를 통해 말하고 싶은 건 그런 점이 아니에요. 어린 시몽의 육체적·경제적·감정적 생존의 어려움을 그리면서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인간관계를 세밀하게 보여주려고 했어요.”

메이에 감독은 프랑스계 어머니와 스위스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벨기에 방송예술학교에서 영화 및 텔레비전을 전공했고 알랭 티네 감독의 <요나와 릴라>(1999) 등에서 조감독으로 연출수업을 받았다. 언제부터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을까. 메이에 감독은 “롱 스토리다. 일곱 살 때 엄마를 따라가 ‘러시안 룰렛’ 장면이 나오는 마이클 치미노 감독의 영화(디어 헌터)를 본 게 잊혀지지 않고, 열네 살 때 국립미술학교에 다니던 언니가 만든 영화에 배우로 출연한 적이 있고, <돈>(감독 로베로 브레송)을 본 뒤 이론공부를 많이 했고, 열여섯 살 때 홈비디오로 장편을 만들었고, 벨기에의 대학에 진학한 건 부모 품을 떠나 불어권 국가에서 자립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홍상수·박찬욱 감독 영화로 한국을 알게 됐듯 내 영화로 유럽을 전세계에 알리고 싶다”며 “다음 영화로도 한국을 찾고 싶다”고 밝혔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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