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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1.28 김윤석 “조바심은 배우 망쳐… 좀 늦게 뜨면 어떤가?”

김윤석(43)은 ‘타짜’다. 연기 및 흥행에서. <완득이> <황해> <전우치> <거북이 달린다> <즐거운 인생> <추격자> <천하장사 마돈나> <타짜> 등에서 영화적 캐릭터를 현실적 인물로 체화, 관객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김윤석이 달린다’.

<완득이>가 달리고 있다. 26일 현재 464만2289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이 감상, 한국영화 역대 흥행 톱100에서 33위에 올라 있다. 톱100 작품은 <타짜>(684만7777명·14위) <전우치>(605만913명·20위) <추격자>(507만1619명·28위) <거북이 달린다>(301만1993명·67위) 등과 함께 다섯 편. 이 가운데 <완득이>와 <거북이 달린다>는 김윤석의, 김윤석에 의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완득이>는 역대 10월 개봉작 중 1위, <거북이 달린다>는 역대 6월 개봉작 가운데 <신라의 달밤> <강철중:공공의 적 1-1> <포화속으로> <장화, 홍련> 등에 이어 5위에 올라 있다.

-출연작 정할 때 흥행성도 염두에 두는지요.

“영화는 우리 삶을 다뤄요. ‘생존’과 ‘생활’을 그린 두 부류로 나뉘죠. 생존이든 생활이든, 이야기의 타당성, 땅에 발 붙이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인지가 중요해요. 등장인물의 몸에 피가 흐르는지, 그게 관객의 보편적 감성·정서를 건드리면 흥행이 된다고 봐요.”

-<완득이>에서 그것은 뭔가요.
“가장 온전한 사람관계는 부모와 자식 사이죠. ‘완득’(유아인)이는 17년 만에 엄마가 있고, 필리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돼요. 이 대목에 전율이 일었어요. 피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 완득이는 과연 어떻게 맞딱뜨려 나갈까? 이때 완득이 담임 ‘동주’(김윤석)는 완득이와 ‘엄마’(이자스민)를 보조하는 존재, 안내자예요. 이 점을 잘 소화하면 된다고 봤어요.”

-<거북이 달린다>에서는.
“수면 위로 드러난 건 형사(김윤석)가 탈주범(정경호)을 잡는 거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딸(김지나)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실추된 아버지·가장의 위상을 되찾는 거예요. 저간에 깔려 있지만 놀아볼 수 있는 판이었죠. 레드카펫이냐 거적대기길이냐,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절실하게 지켜내야 하는 걸 공감가게 풀어내는 거예요. 드라마와 코미디의 접점, 바람도 막아주고 습도도 조절해주는 창호지(문풍지) 같은 코미디 드라마를 추구했어요.”

-얼마나 예상했는지요.

“이제까지 예상 관객을 구체적으로 밝힌 적이 없어요. 편집본을 보고 70점 정도면 어필하겠다는 느낌을 받죠. <완득이>는 그 이상이었어요. 모니터 시사 점수는 굉장히 좋았고. 흥행에서 중요한 점은 감동과 그것을 끌어내는 구체적인 드라마예요. <완득이>는 살아있는 코미디, 웃기면서 공감을 끌어내는 실질적·구체적 드라마가 영화를 끌고 가요.”

-대본 리딩을 많이 했다고 들었습니다.
“신(scene)에 맞춰 그룹별 리딩을 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했죠. 이 과정을 통해 리얼하게, 담백하게, 다큐에 가깝게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톤을 찾아내고 통일시키자고 했어요. 대사를 바꾸기도 하고, 언제 어떻게 치고 나오고 어떻게 받아주고, 의논하면서 연습을 거듭했어요. 애드리브가 아닌가 하는 대사들도 사실은 다 사전에 연습한 거에요.”

김윤석은 부산의 동의대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다. 송강호·오달수 등과 함께 부산 연극배우 출신 영화배우를 대표한다. 뮤지컬 <의형제>에서 함께한 배우 방주란과 2002년에 결혼, 두 아이(10·7살)를 두었다.


-강호씨와 부산에서도 함께 했나요.

“서울에서 만났어요. ‘연우무대’의 <국물 있사옵니다>(1993)에서. <여성반란> <지젤> <자전거>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도 함께 했죠. ‘학전’의 김민기 선생님이 멘토예요. 연기하면서 연출부였어요. 연극은 종합예술이죠. 노동이고. 전방위로 달리고 또 달리면서 완성을 추구하다 보면 정신적·육체적 거품이 빠지지요. 진정성을 갖게 돼요. 그것이 오늘의 저를 있게 한 근원이라고 생각해요. 연극밖에 모르는 저를 인정해준 부모님, 가족의 사랑 덕분에 외롭지 않았고 의지를 잃지 않을 수 있었죠.”

-영화계에서 동료들이 먼저 뛸 때 조바심이 나지 않았는지.

“바로 그 조바심이 사람을 망치죠. 관건은 내가 카메라 앞에서 온전히 잘 할 수 있느냐 없느냐예요. 조바심을 낸다고 될 일이 아니죠. 평생을 할 일인데 조금 빠르거나 늦게 시작하는 것이 뭔 대수겠습니까.”

휴대폰, 담배…. 김윤석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떠오른 두 가지다. 그의 휴대폰 앞자리 번호는 016이다. 그는 “처음부터 016이었다”고 했다. 2G 서비스가 조만간 종료된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바꿔야 한다는 말에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딸과 약속한 것 중에 지키지 않은 게 있는냐는 물음에 “담배요, 끊어야 하는데….”라며 멋쩍어 했다.

“우리 감독들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전체를 보는 시야도 갖춰야 하고. 솔직히 자신 없습니다. 무엇보다 감독은 하고 싶은, 만들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해요. 연기든 연출이든, 중요한 건 기본에 충실하고 정면 돌파하는 거에요. 기본에서 삐끗하면 전체적으로 무너지는 건 순간이죠.”

-닮고 싶었던 배우는 누구였나요.

“예전과 달리 요즘은 우리 배우들이 더 흥미로워요. 특히 젊은 배우들에게 더 눈길이 가요. 나를 움직이게 해요. 정유미·심은경·유아인, 갱년기인가? 하하하….”

김윤석은 요즘 최동훈 감독의 <도둑들>을 찍고 있다. 김혜수·이정재·전지현·김해숙·오달수 등과 함께. 김윤석은 “영화상의 생존과 생활은 곧 배우들의 삶”이라고 했다. “물든 물리든,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걸로 끝나선 안 된다”며 “한계점 이상의 끈기를 갖고 연기 아닌 연기로 생존과 생활을 보여줘야 하는 살얼음판”이라고 했다. “배우의 길은 그래서 힘들지만 그게 또한 달리고 싶은 매력”이라며 기지개를 켰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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