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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7.17 유준상 “고3때 연영과 진학투쟁, 난 반항아였다”

요즘 TV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으로 ‘국민남편’이자 ‘국민아들’로 각광받고 있는 유준상은 상업·독립영화를 아우르는 배우로 손꼽힌다. 대표작으로 <나의 결혼원정기> <리턴> <이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로니를 찾아서> <하하하> <북촌방향> <다른 나라에서> 등이 있다. 김동원 감독의 <알투비:리턴투베이스>와 민병훈 감독의 <터치> 등이 개봉될 예정이고, 강우석 감독의 <전설의 주먹> 촬영을 앞두고 있다.

 

 

■‘꿈의 동반’
유준상(42)은 2001년 프랑스 니스에 간 적이 있다. 당시 누군가가 해변의 불빛을 가리키며 ‘저 곳이 칸’이라고 했다. 유준상은 그 말에 ‘저기를 내가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읊조렸던 칸을 유준상은 2010년부터 3년 연속 다녀왔다.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 <북촌방향> <다른 나라에서>로 잇따라 꿈을 이뤘다. 올해 장편 ‘경쟁’ 부문에 초청된 <다른 나라에서>로 전세계 매스컴의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며 레드카펫을 밟은 그는 칸 거리에서 남다른 경험도 했다.

 

“프랑스 10대 소녀 세 명이 드라마 제목 <넝쿨당>을 한국말로 말하며  저를 반기더군요. ‘재미있게 보고 있다’면서 ‘케이팝을 좋아하다 드라마도 보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신기하고 감개무량했어요.”

유준상은 이날 평소 꿈도 꾸지 않은 ‘꿈의 동반’이 이뤄진 걸 느꼈다. ‘꿈의 동반’은 유준상이 대원외고 재학생 때 수업시간에, 동국대 연극영화과 1학년 때부터 ‘배우일지’에 쓴 글귀이다. 1999년 6월에 결성된 팬클럽 이름이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쓴 엽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유준상은 대학 1학년 ‘기초연기’ 수업시간에 “배우는 일지를 써야 한다”는 안민수 교수의 가르침을 온전히 따른 것으로도 유명하다. 1989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한 권씩 배우일지를 써온 것이다. 최근에는 이 가운데 글과 그림 일부를 발췌 수록한 <행복의 발명>을 출간했다. 인세 수입은 전액 소외된 어린이를 돕는 데 기부한다. <꿈의 동반, 200~2004>는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유준상은 대원외고 재학생 때 이 학교에 온 걸 후회했다. 공부를 잘 하는 친구들이 너무 많았다. 피아노 치는 걸 즐기고, 노래 부르고 축구·야구하는 걸 좋아하는 유준상은 어느 대학 무슨 과를 갈는지 목표가 없었다. 무엇을 하고 싶다는 꿈도 없었다. 어느날 수업시간에 ‘20년 뒤에는 뭔가를 하고 있겠지, 그것이 아트스쿨이면 근사할 것 같다’고 적었다. ‘꿈의 동반’은 이때 쓴 글귀이다.

유준상은 당시 연극영화과에 가거나 배우가 되는 건 꿈도 꾼 적이 없다. 그런 그는 고3 때 꿈을 찾았다. 국민윤리를 가르치던 이만희 극작가(현 동국대 교수)의 “니가 갈 데는 연극영화과”라는 말을 들을 걸 계기로. 연극영화과에 대해 아는 게 없던 그는 졸업한 뒤에 영화감독이 될 수 있다는 데 꽂혀 이때부터 다른 과는 안중에 두지 않았다. 영화감독이 돼 영화를 만들자는 일념에 사로 잡혀 연영과 진학 투쟁을 했다. 그 시절에 대해 유준상은 “반항아였다”며 “머리 기르고, 나팔바지 입고, 멋 내고, 싸움도 많이 하고, 많이 맞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유준상은 졸업 후 재수, 동국대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1학년 2학기 때에는 전공을 연기로 바꿨다. 1학기 때 신입생은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워크숍 연극을 한 걸 계기로 배우가 되자고 마음 먹었다. 친구나 가족이 대부분인 40명 남짓 관객이 극중 상황에 따라 웃고 눈물도 훔치는 걸 보면서 연기에 희열과 호기심을 느낀 그는 1995년 SBS 탤런트 5기로 데뷔, 5년여 절치부심의 시간을 가졌다. 드라마의 장르, 배역의 캐릭터 등을 가리지 않고 출연해 경험과 실력을 쌓았다. 1993년 아버지가 작고, 가장이 되면서 집도 없는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일을 해야할 상황이기도 했다. 숱한 단역과 <네발 자전거> 등 20여 편의 단막극 주·조연을 거쳐 주말드라마 <태양은 가득히> <여우와 솜사탕> 등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2001·2002년 MBC 방송대상에서 인기상·우수상을 받았고, 뮤지컬 <더 플레이>로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주연상도 수상했다.

■천천히 천천희(喜)
유준상은 탤런트와 뮤지컬 배우로는 각광받았지만 충무로에서는 빛을 보지 못 했다. 장윤현 감독의 <텔미썸딩>(1999)에 ‘수연’(심은하)을 좋아하는 스토커, 안병기 감독의 <가위>(2000)에 사법고시에 합격한 수재로 출연한 뒤 김정호 감독의 <쇼쇼쇼>(2003)에서 주연을 맡았지만 전국에서 11만5000명(이하 한국영화연감 기준)이 관람하는 데 그치는 아픔을 치렀다.

                    <가위>의 유준상(왼쪽). 최정윤·유지태·정준 등과 함께 했다. <쇼쇼쇼>에서는 이선균·안재환 등과 호흡을 맞췄다.

 

유준상은 영화가 고팠다. 2005년 SBS 방송대상 연기상 수상작 대하드라마 <토지>를 마친 뒤에는 영화를 찾아 나섰다. 드라마 출연 제안은 모두 고사했다. 우선 영화를 하고 드라마는 그 다음에 하겠다는 뜻을 밀어부쳤다. 이 즈음 황병국 감독의 <나의 결혼 원정기>를 알게 된 유준상은 예전과 달리 감독을 두 번 찾아갔다. 여러 배우가 물망에 올라 있어 자신이 캐스팅이 안 될 확률도 높았지만 개의치 않고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 달여 뒤 택시기사 ‘희철’ 역을 따낸 뒤에는 감독의 고향이자 극중 배경인 경북 예천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희철과 닮은 인물을 만나 나눈 대화를 녹음, 사투리 대사를 익혔다.

촬영이 4개월여 지연되는 동안에는 몸무게를 10㎏ 찌웠다. 안 피던 담배를 피우고 술도 마셨다. 배가 더 나와 보이도록 촬영 전에는 물을 4ℓ정도 마시기도 했다. 마을회관에서 죽마고우 ‘만택’(정재영)과 술을 마시고 횡설수설하는 장면은 실제로 술을 마시고 찍었다. 정재영과 자주 만나 흉금을 털어놓는 시간을 가지면서 진짜 친구가 됐고(촬영을 마친 뒤 유준상의 소개와 중재로 정재영이 분당으로 이사, 이들은 2분 거리에 살고 있음), 극중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효과를 얻었다. 흥행성적(76만7657명)은 썩 좋지 않았지만 유준상은 영화배우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리턴>(2007)으로 대종상 남우조연상, <하하하>(2009)로 부일영화상 남우조연상, <북촌방향>(2011)로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지난 6월에는 CGV무비꼴라쥬 기획전 ‘이달의 배우’로 선정돼 관객과 함께했다. <블루 발렌타인> <킹메이커> 등의 라이언 고슬링에 이어 두 번째 주인공으로. CGV압구정과 CGV대학로에서 2주 동안 상영된 작품은 <다른 나라에서> <북촌방향> <하하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등이다. 이 가운데 <세상에서~ >의 ‘김근덕’은 <넝쿨당>의 ‘방귀남’과 상반된다. 김근덕은 ‘폭력남편’, 방귀남은 ‘국민남편’으로 유준상의 연기 폭과 깊이를 읽게 해준다.

<행복의 발명>에는 유준상의 배우로서의 감성과 지성, 자세와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글이 즐비하다. ‘천천히 천천희(喜)’ ‘세상의 모든 길은 장애물 투성이’ ‘생각은 꿈을 만들고 꿈은 현실을 만든다’…. 탭댄스, 색소폰 연주 등 하고 싶은 건 달려드는 그는 “하나라도 제대로 해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고, 뮤지컬을 할 때에는 “그러니까 디테일이 떨어진다”는 수모를 받기도 했다. 군장대학교 뮤지컬과 교수인 유준상은 “요즘은 배우고 싶은 걸 포기하는 시간이 빨라진다”면서 “변치 않는 꿈은 60살이 넘어서도 뮤지컬 무대에 올라 관객과 교감을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배우로서의 꿈도 영원한 현역이다. 개봉을 앞둔 <알투비:리턴투베이스>에서 편대장 파일럿, <터치>에서 국가대표 사격선수 출신 알코올 중독자로 열연을 펼친 유준상은 <전설의 주먹>에서는 한때 주먹을 꽤 쓴, 지금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는 인물로 등장한다. “좌절과 시련은 나를 당당하게 만든다. 20년 전 꿈을 세웠던 ‘지금’이 왔지만 나는 또 다른 20년을 향해 달려갈 것”이라는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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