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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10.05 “영화 호평에 제작비 ‘앵벌이’ 시세 면했죠”

‘트리필름’의 전규환 감독과 최미애 프로듀서는 영화계 ‘독립군’이다. <모차르트 타운> <애니멀 타운> <댄스 타운> 등 이른바 <타운> 3부작으로 전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베를린·산 세바스찬·스톡홀름 등 이제까지 70여 개 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뉴욕 현대미술관 등에서 <타운> 3부작 특별전이 마련되고 있다. 전 감독과 최 PD의 의미심장하고·흥미롭고·새로운, 세계적인 ‘독립영화 만들기’ 고군분투.


전규환 감독과 최미애 프로듀서는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다. 전 감독은 한 대학 토목공학과를 2학년 때 그만뒀고, 최 PD는 동국대와 동대학원에서 연극을 전공했다. 전 감독은 충무로에 조재현·설경구 등의 매니저로 발을 디뎠다. <악어>(1996) <야생동물 보호구역>(1997)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박하사탕>(1999) 등 13편의 촬영현장을 참관했다. 이들은 이렇듯 ‘충무로’에서 수련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모차르트 타운>(2008)으로 데뷔했다. 이어 <애니멀 타운>(2009)과 <댄스타운>(2010), 그리고 <바라나시>(2011)를 함께 완성했고, <무게> 촬영을 앞두고 있다.

-경험도 없이 용감하네요.
“처음에는 연출을 맡기려고 했는데 기성·신인 모두에게 거절당한 뒤 직접 한 거에요. ‘그래? 좋아! 아무나 만들 수 있고, 잘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그렇게 된 거에요.”

-뜻한 대로 됐네요.

“3부작도 처음부터 계획한 게 아네요. <모차르트 타운>으로 일본 도쿄영화제에 갔다가 <애니멀타운>을, 이 영화로 스페인의 산 세바스찬영화제에 갔다가 <댄스타운>을 기획한 거에요.”


-제작비는 얼마나 들었나요.

“세 편 다 1억원 안팎이에요. 모두들 ‘그 돈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하다’고 하시더군요. 그렇다고 예산을 늘일 수 없어서 애초 규모 내에서, 나아가 주어진 제작비 안에서 해내려고 애썼어요.”

-어떻게 마련했나요.

“자동차 등 가진 거 다 팔아서 시작했어요. 그리고 최 PD가 대출받거나 융자받고, 빌리고-서울시·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고 지인들에게 도움받고 투자도 받고…. 섬유사업 등을 하시는 양수호 사장님, 감독님 여동생 세 분 도움이 컸어요. 현금이든 물건이든 장소든 여러 가지로 도움 주신 많은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려요.”

-시나리오 쓰는 데에는 얼마나 걸렸나요.

“한 달 정도요. 달려들어서 완성하는 데에는 한 달이지만 그 전에 구상을 죽자 사자 엄청 해요. 메모도 많이 하고.”

-제작기간은.

“3개월을 넘기지 않으려고 했어요. 기간을 넘기면 그만큼 돈이 더 들어가니까-배우·스태프도 대학생, 충무로에서 놀고 있는 분들로 꾸렸어요. 외국인은 실제 여행자·노동자를 이태원에서 캐스팅했고.”


<타운> 3부작은 화려한 도시의 이면을 각기 달리 그렸다. 양육강식의 비정한 논리에 쓰러지는 다양한 아웃사이더의 얽히고설킨 삶의 초상과 비애를 심도있게 조명했다. 숱한 국제영화제에서 “삶에 대한 고유한 통찰력을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례로 그라나다영화제에선 대상을 수상, 스페인 전역 극장에서 <타운> 3부작이 상영되는 부상을 받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뒤늦게 <애니멀타운>이 지난 3월에 먼저 개봉됐고, 9월에 <댄스타운>과 <모차르트 타운>이 상영됐다.


-연출 당시 어디에 역점을 뒀나요.

“창의성이에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 방식대로 만드는 걸 고수했어요. 콘티나 모니터를 보고 누군가가 어디에서 본 것 같다고 하면 사실이든 아니든 그 자리에서 바꿨어요. 남들과 같은 걸 찍으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끊임없이 고민하고 수정하세요. ‘상투적’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세요.”

-어려웠던 점은, 보람은.

“돈이 항상 걸림돌이었지만 어떻게든 됐어요. 기적적으로 풀렸죠. 어떡하면 독창적일는지, 그 점을 푸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지난 3년 간 수입이 없었는데 2개월 전부터 들어와 조금씩 갚고 있어 다행이에요-기립박수 받고 일부러 찾아와 ‘잘 봤다,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 뿌듯해요-이역만리 먼 곳에서 악수를 청해오는 관객을 만나면 그간의 어려움이 씻은 듯이 사라져요-돈으로 예술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적은 돈으로 만들어도 열정을 쏟고 인생을 걸면 설득력 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전규환 감독(왼쪽)은 신상을 밝히는 걸 정중히 거절했다. 전 감독은 “출신 학교와 나이 등을 
                                이제까지 밝힌 적이 없다”면서 “함께 작업할 스태프를 뽑을 때에도 학력·나이 등을 물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전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학연·지연 등을 살피고 고려하는 게 한국
                                사회의 병폐 가운데 하나로 본다”면서 “일을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점은 학력·나이 등이 아
                                니라 실력과 열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상업영화도 할 거예요. 상업영화 역시 창의적으로 만들 겁니다. 색깔있는 영화, 웰메이드 영화로 관객 분들이 재밌게 보고, 국내외에서 호평받는 작품을 내놓고 싶습니다.”

전 감독과 최 PD는 “오는 11월부터 찍을 예정인 <무게>는 정식으로 투자받았다”고 밝혔다. “내년에 찍을 예정인 세 편 역시 투자를 받을 것 같다”면서. 이른바 ‘앵벌이’를 하다가 투자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게 어제와 다른 점이라는 이들은 지난달 30일 뉴욕으로 떠났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리는 <타운> 3부작 특별전에 참석하기 위해. 이 미술관에서 한국 감독의 개인전이 마련된 건 고 김기영 감독의 회고전(2008)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10월에는 이탈리아 토리노영화제에서 회고전, 11월에는 미국 덴버영화제에서도 특별전이 열린다. 전 감독과 최 PD의 행보가 주목된다.  

Posted by 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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